[봄전시] 론 뮤익 개인전_조용한 존재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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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개인전, 인간이라는 조각에 대하여

 

현대 조각은 종종 과잉된 형식이나 개념적 메시지로 우리를 압도한다. 그러나 론 뮤익(Ron Mueck)의 작품 앞에서는 오히려 정적이 먼저 말을 건다. 그의 인물 조각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고요함 안에서 무수한 감정과 질문이 솟아오른다.
 

마치 멈춘 시간 속에
잠시 발을 들여놓는 듯한 체험.
이번 개인전은 그 정지된 장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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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 Gautier Deblonde

 
론 뮤익(Ron Mueck, 1958– )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조각가로, 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구축해온 작가다. 론 뮤익(Ron Mueck)은 원래 영화 특수효과와 인형 제작자로 시작했다.《라비린스(Labyrinth)》, 《스토리텔링》 같은 영화에서 생명 없는 존재에 감정을 불어넣던 그는, 이후 조각이라는 매체로 옮겨와 인간의 내면을 정지된 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후 미술가로 전환하며 인간의 신체를 극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그 크기와 비례를 과장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감정과 거리감, 내면의 상태를 드러낸다. 그의 대표작들〈Dead Dad〉, 〈Boy〉, 〈In Bed〉 등은 모두 인간의 고립, 침묵, 불안, 혹은 연약함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뮤익의 조각은 단순히 ‘리얼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외면하고 지나쳤던 감정의 조각일지도 모른다.
 
섬세하게 재현된 주름, 손끝의 핏줄, 가짜처럼 진짜 같은 눈동자. 그의 조각은 마치 “숨 쉬지 않는 인간” 같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리얼함’이 아니라, 그 리얼함 너머의 침묵과 감정이다.

비례의 전복, 감정의 진실

© Gautier Deblonde

론 뮤익의 인물은 *극사실주의(hyperrealism)*라는 틀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단순한 현실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의 생김새를 지녔지만, 비정상적인 크기를 통해 관객의 심리적 거리감을 조절한다.

작디작은 노인, 거대하게 확장된 임산부, 침대 위 거대한 여성.

이 비례의 전복은 단지 형식적 실험이 아닌, 인간의 내면에 더 깊이 접근하려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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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불편함, 혹은 응시의 공감

© Gautier Deblonde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 관객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는 불편함이다. 너무나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 눈에 띄는 주름과 피부의 질감은 관람자의 시선을 어디에도 오래 머물게 두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너머에서 두 번째 감정이 고개를 든다. 공감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감정, 고립, 피로, 기대, 침묵.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보편적 외로움'을 조각으로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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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ed’와 멈춘 서사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단연, 대표작 〈In Bed〉다.
침대에 누운 한 여성은 몸 전체로 피로를 말하고 있다.
움직임 없는 자세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혹은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 조각은 서사를 제거한 듯 보이지만, 실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 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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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 mmca

• 전시명: 론 뮤익 개인전
• 기간: 2025년 3월 15일 – 6월 9일
•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또는 해당 장소로 수정 가능)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6시)
• 입장료: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 예매: 예술의전당 / 인터파크 티켓
• 가는 길
  –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 → 도보 10분
  – 예술의전당 정류장 (버스 간선 405, 140 / 지선 541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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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넘어, 존재를 마주하다

© mmca

론 뮤익의 조각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경이감을 안기지만,
그 진정한 울림은 시선을 거둔 이후에 찾아온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조각 앞을 떠난 후,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되짚어보게 된다.
 
그가 조각한 것은 피부나 눈동자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침묵을,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붙잡아낸 결과물이다.

다가오는 봄, 잠시 일상의 소음을 멈추고
그 침묵 속에 숨겨진 울림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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